안녕하세요, 오드엠 뉴스레터입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면서 저에게 생기는 일상의 변화가 있다면 뭔지 아십니까? 고민거리에 대해 조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긴다는 점입니다.


사회 초년생들은 대부분 커리어나 인간 관계를 고민합니다. 지금 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아도 되는지슬럼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하극상이나 고약한 상사에게 어떻게 한 방을 먹이면 좋을지, 이직이나 유학으로 아예 방향을 트는 게 좋은지 등등입니다어떤 이들은 연애사에 대해 묻기도 합니다. 연인의 문자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성격이 어떤 사람 같은지, 본인과 잘 맞는 것 같은지..질문도 다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하는 조언이란 그야말로 빈약한 수준입니다. 뭘 알아야 말이지요. 조언을 구한 이의 상사로 빙의해서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될까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고민하지만 애꿎은 머리 숱만 줄어들 뿐 신통한 해법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름 텍스트 분석에도 공을 들여서 니가 일러준 카톡 메시지로 판단컨대 아마도 그는 너와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한껏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했건만, 정확히 5분 뒤에 둘 사이는 화해 국면에 들어서더군요.


사실,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건 맞지만 정확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역량도 따라서 향상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인 듯 합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똑같이 경험할 수 없고, 그가 살아온 인생과 역사에 대해 완벽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흠 없는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인가요, “나도 다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어쭙잖은 조언은 아무래도 말을 꺼내기가  점점 더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그저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타인의 상황을 온 마음을 다해 받아 들이려 애써 보는 것, 그게 경험이 초큼 더 많은 자의 수줍은 연륜일까요?

 

오늘은 한지혜 작가의 산문집 중 인상적인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다음에 또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경험이 누군가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 준다면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이지 타인의 삶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첫마디는 나는 너를 모른다여야 할 것이다.

-   한지혜 참 괜찮은 눈이 온다中   -


PS

1. 지난 글에 응원과 공감의 답신을 보내준 분이 계십니다. 이렇게 유쾌하고 다정한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니 뉴스레터 이 녀석은 정말 행복합니다.   


2. 오드엠 디자이너님이 예쁜 대문 이미지로 교체해줬습니다. ‘뉴스레터가 아닌 에세이로 타이틀도 바꿔줬고요뉴스가 없는 글에 뉴스레터라니 항상 겸연쩍었는데요다음 주부터는 오드엠 에세이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