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드엠 뉴스레터입니다.
얼마 전 심었던 봉선화 씨의 싹이 나더니 용케 한 뼘이나 자랐습니다. 분갈이 할 화분과 흙을 사러 갑니다. 화분이나 흙이 보통 무게가 아닐 것이라 손수레까지 끌고 갔습니다. 식물도 아무나 키우는 게 아닌가 봅니다. 흙을 두 포대 사고 토분을 네 개 사니 가져가길 포기하고 싶게 무겁습니다.
애잔하게 쳐다보시던 가게 사장님이 건너편 종이 박스 더미를 가리킵니다. “저기서 상자 하나 갖다가 산 거 다 담아봐요. 그럼 가져가기 더 쉬워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자 안에 흙이며 화분을 차곡차곡 넣고 수레 위에 올려 봅니다. 오! 훨씬 살 만한 느낌입니다. “어때요, 이게 낫죠?” “네, 나아진 것 같아요.” 껄껄 웃으며 사장님이 이야기합니다. “나아진 것 같은 게 아니라 나아졌다고 해야 되는 거여.”
그렇네요. 저는 기분이나 생각을 표현할 때 ‘-한 것 같다’라는 어미를 즐겨 사용합니다. 좋아요, 나아요보다는 좋은 것 같습니다, 나은 것 같습니다를 더 많이 씁니다. 확신을 갖고 말하기엔 자신이 없어서 뒤집을 수 있는 여지를 두자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면 내 생각을 어떤 것에 비견해 표현해 마치 제3자의 감정인 양 적당히 안전 거리를 두고 싶은 건가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 중에도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일에 서툰 분들이 분명히 계실 거에요. 직설적으로 내 의견이나 느낌을 말했다가 그건 틀린 거라고 혹은 그런 느낌을 가져선 안된다고 이야기를 들을까 염려되는 분들 말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지 않는 영역 안에서 내 감정, 내 의견을 솔직히 말한다고 해서 핀잔을 들은 일은 돌이켜 보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사람은 지능 지수가 높아서 복잡한 생각을 하루에도 수천 번씩 할 수 있을뿐더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제 입으로 자기 생각 이야기한다는 데 매번 불편함을 느낄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저희 어머닌 “뚫린 입으로 뭔 말인들 못해”라는 말을 늘 하셨습니..
오히려 솔직하고 담백하게 내가 느낀 바를 이야기할 때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만이 갖는 특유의 대범한 매력이 순기능을 하기 때문이죠. ‘29CM’의 카피라이터였던 이유미 작가는 ‘문장수집생활’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일상과 일상에서 느낀 것을 그대로 에세이에 옮겼다고 말합니다.
글이든, 일이든, 사람 사이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필터링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초여름이란 말을 쓰기 망설여질 만큼 더운 날들이네요, 모두 건강하시고 힘내시길 빌겠습니다.
저는 다음에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