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드엠 뉴스레터입니다.


회사 책장에 직원들이 새로 신청한 책들이 도착했습니다. 그 중 한 권이 눈에 띕니다. 제목은 나의 미친 걱정입니다. 부제는 '내 걱정이 그렇게 미쳤나요?'네요.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그런데 와 닿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혹시 이 책의 저자처럼 걱정이 너무 너무 많은 분 안 계신가요? 걱정을 위한 걱정, 걱정이 낳은 걱정.. 사회가 복잡해지고 정교해질수록 거기서 파생되는 걱정들도 자가 증식하며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아닌 듯해도 분명 우리 주변에는 꽤 많은 내추럴 본 프로걱정러, 걱정인()들이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게 제 추측입니다. 


뭐 그렇게 걱정할 게 많냐고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질병, 사고, 범죄는 물론이고 인간관계와 장래의 문제까지..걱정의 영역은 넓고도 방대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모기에 물리면 혹시 이 모기가 전에 문 사람이 치명적인 전염성 균을 가진 사람이어서 나에게 그 병을 옮겨 놓으면 어쩌지 걱정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갑자기 멈춰 설까 두렵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 부족이란..상상만 해도 두렵네요. 튼튼하게 단 건 알지만 가끔 천장에 달린 조명 기구가 밤 사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커피숍에서 원두 볶은 향을 오인해 건물에서 화재가 난 게 아닐까 걱정한 적도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걱정은 계속됩니다. 살찐 비둘기가 굼뜨게 차도를 걸어가면 자동차를 피하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비둘기는 조심해!”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요. 1층을 주차장으로 설계한 필로티형 건물들을 지나칠 때면 기둥들이 과연 상층을 튼튼하게 지지할까 걱정됩니다. 외벽이 강화 유리인 건물을 보면 천둥 번개나 예기치 못한 충격에 혹시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고요. 초록색 불이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신호를 못 본 차가 그대로 돌진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출근 후에도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이 생깁니다. 포털에 뜬 오늘의 운세에서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뜬금없이 긴장합니다. 아침밥을 못 먹어서 회의 시간에 기운이 없었는데 혹시 상사에게 불손하게 보이진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친한 동료에게만 내 고민을 살짝 말했는데 이 인간이 여기 저기 다 퍼뜨려 사내 기자회견한 셈이 되진 않을까 불현듯 걱정이 엄습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습관처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러다 나는 뭐가 될까, 아무 발전 없이 살다가 10년 뒤에 먹고는 살 수 있을까 하고 갑자기 타임슬립형 걱정을 하게 됩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습니다. 다 쓰잘 데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걱정인들도 여기에 할 말이 있습니다. 우선, 이들의 세계는 피곤하긴 해도 안전합니다. 돌발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범칙의 선을 넘을 일이 없습니다. 걱정인들은 이러다 내가 내 명에 못 살겠다할 일을 대체적으로 만들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이런 창의적이고 비현실적인 걱정들이 때로는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이미 걱정인들은 예행연습을 해 본지라 더 많은 솔루션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인류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더 발전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쓰레기에 파묻힐까 걱정돼 충동 구매를 줄이거나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크고 작은 걱정들이 카테고리와 파이를 넓히다 보면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나의 안위에서 나아가 타인과 사회, 세계를 위한 걱정과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담대하고 호탕해서 매력적인 사람들도 좋지만 마이크로 근심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걱정인들도 이 세상을 좀 더 윤기 나게,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분명 기여하고 있다고 이 연사 외치는 바입니다.


그래도 이 글을 보시는 독자님들 모두 오늘만큼은 어제보다 걱정을 덜하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 뉴스레터로 찾아 오겠습니다!

 

P.S 이 뉴스레터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까 늘 걱정이 되었는데요, 잘 보고 계신다고응원한다고 전하는 독자님의 메일을 받았습니다세상에나...덕분에 휘파람을 불고 윈드밀을 추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격려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