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드엠 뉴스레터입니다.


언젠가 택시를 탔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조용히 운전만 하시던 기사님이 자연스럽고 은근하게 대화의 물꼬를 틉니다. 주제는 자식 자랑입니다. 기사님께는 세 딸이 있습니다. 그 딸들은 모두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닌다고 합니다. 첫 손녀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휴대폰 배경 사진에서 환하게 웃는 손녀를 보여 주십니다.


기사님의 세 따님들은 모두 잘 자라 주어서 나름 자식 농사에 성공했다고도 덧붙입니다. 기사님이 전하는 성공의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세 딸 모두 바르게 자라서 긍정을 잃지 않은 가운데,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겁니다. 세상이 정해 놓은 명예나 부와 같은 기준들은 그에겐 크게 중요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불현듯 성공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친구의 지인은 해외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꽤 많은 연봉을 받으며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학벌이라는 스펙에선 일단 성공한 셈이니 부럽다고 이야기하자 나보다 학벌이 좋은 사람은 이 세상에 수도 없이 많아. 이 세상에서 가장 학벌이 좋은 사람이란 게 과연 존재할까 싶다라고 이야기 하더란 겁니다. 그녀 스스로는 썩 성공한스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성공의 기준이 있나요? 지금 이 순간 성공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좀 더 혹독한 성공 기준을 두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열심히 정진하지만 막상 그 기준에 부합하기란 매우 어려워 항상 조금 부족한 삶을 사는 느낌입니다. 달리기의 결승선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자동적으로 100m 더 뒤로 후퇴하는 일상의 반복 같습니다. 그래서 열심히는 살지만 피곤합니다.


절제의 기술이라는 책의 저자 스벤 브링크만은 덴마크인들이 행복한 이유를 얀테의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얀테의 법칙이 뭐냐고요? 인생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인생의 선택지도 실은 많지 않다고 여기는 태도를 뜻한다고 합니다. 더 많은 걸 원할수록 영원히 얻지 못하는 절망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대신 내가 정말 원하는 단 한 가지의 가치를 정하고 노력할 때 결핍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어떠십니까? 일단 내 기준 성공한, 그래서 행복한 삶을 살려면 마음 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야망의 불꽃을 잠시 담요로 덮어 버리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지켜내야 할 가치를 인생의 목표로 삼아 봐야겠지요. 즐겁게 체념하는 단련의 시간을 거치면 슬금슬금 행복이란 녀석이 시야에 들어올 지 모릅니다.


일단 저는 424일에 보낼 이 글을 다 썼습니다. 오드엠과 인연이 닿아 뉴스레터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극소수의 어떤 분들이 이 메일을 클릭해서 읽고 계십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소통이 목표였으니 지금, 충분히 행복합니다. (근데 다음엔 또 무슨 이야기를 쓸까요. 아이디어가 없…)


다시 또 찾아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