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드엠 뉴스레터입니다.


미래를 알게 돼 현재를 바꿔 보려 애쓰거나,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 슬립’, 잘 알고 계시지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 중 하나가 타임 슬립입니다. 가장 최신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비롯해 시간을 달리는 소녀’,’시간 여행자의 아내’, ‘어바웃 타임과 같은 영화도 그렇고, 국내 드라마 고백부부’, ‘아는 와이프까지 모두 시간의 방향성을 거슬러 여행한다는 것을 기본 구조로 삼고 있습니다.


타임 슬립물은 왜 이렇게 많을까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왜 재미있을까요?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대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합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대학에 떨어지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걸 후회하고, 이직한 회사가 더 별로라면 구관이 명관인데 그냥 조용히 다닐 걸 후회합니다. 결혼생활이 각박하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 걸 후회하고, 살이 쪄서 옷이 맞지 않으면 맛집 투어 좀 작작할 걸 하고 후회합니다.


과거를 후회한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타임 슬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말을 안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주변에 거의 없으니까요. 잊어 버리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게 고작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데, 노력해야 하는 이유만 새록새록 상기돼 기분이 나쁩니다

 

대신 우리는 미래를 바꾸는 데 힘씁니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것이죠. 닥쳐올 노후를 위해 지금 쓸 돈을 아껴 저축하고,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토익 공부에 청춘을 바칩니다. 언젠가는 오르리라는 불투명한 기대감에 집을 사고 기꺼이 대출의 노예를 자청합니다.


아아.. 이거 쓰다 보니 사는 게 어쩌면 이다지도 재미가 없을까요. 나의 모든 행동이 목적에 압도된다고 생각하면 각박하고 건조하기 짝이 없군요. 그보다는 내가 현재 하는 모든 일, 그 일을 위한 몰입감과 일련의 행위 자체에서 기쁨을 느껴야만 조금 더 숨통 트인 삶을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영어 단어를 하나 하나 뽀갤 때' 느끼는 희열, '알뜰한 소비 계획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 자체에서 오는 재미 같은 것 말입니다. 더불어 '지금 현재 내게 주어진 것에서 갑작스럽게 깊은 의미를 찾아내기'도요. 결론, 현재를 사는 것이야말로 좀 더 삶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되게 어렵다.


마지막은 백상예술대상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로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남긴 소감으로 마무리합니다. 현재에 충실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때론 불행했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했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읽을 거리>

오드엠, 미디어 커머스 기업 위드공감 인수 <디아이투데이, 2019.5.22>